우연히 스크롤을 넘기다 넷플릭스에서 영화 <승부>를 발견했다.
극장에 걸렸을 때, 잠시 관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볼 시간이 쉽게 나지 않아서 놓친 영화이다. 그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마주치니 조금 설레었다. 보다가 재미없으면 끌 수 있으니 바로 <승부>를 클릭했다.
정보
개봉: 2025년 3월 22일
장르: 드라마
감독: 김형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승부> 리뷰
영화는 생각보다 강하게 끌어당긴다.
어린 이창호가 등장하는 초반부부터 <승부>에 집중된다. 어린 얼굴에 당돌함이 매력적이고, 거기에 더해 천재성까지 보여준다. 초반부에는 조훈현보다 이창호의 천재성에 더 눈이 간다. '돌부처'라는 별명을 가진 이창호의 어린 시절이 사실일까? 어린 나이에 바둑 연구생들을 한 번에 압도했을까? 상상일 수는 있지만 그 장면에서 이창호의 천재성은 한 번 더 보인다.
유아인이 등장하는 중반부부터 영화는 조금 다른 맛을 낸다.
두 사람의 연기력이 스크린을 압도한다. 사제 간의 기풍 차이가 보이면서 만들어지는 긴장감은 단순히 바둑 영화라고 말할 수 없다. 바둑에는 정답이 없다. 그 사실이 두 인물의 감정선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바둑판 위에서의 수 싸움이 점점 서로를 향한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발전되어 간다.
후반부에 이르게 되며, 조훈현은 제자 이창호에게 무너진다.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완벽한 패배를 당한다. 제자에게 당한 패배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쉽지 않다. 이병헌 배우의 표정, 호흡 그리고 연기가 조훈현의 복잡한 내면을 드러낸다. 치열한 승부 끝에 조훈현은 다시금 도전자의 모습이 된다. 그의 모습이 마치 우리가 평생 마주하는 인생의 자세처럼 보인다.
<승부> 속 조우진 배우의 존재가 중요했다.
남기철이라는 인물을 통해 3자의 시선으로 조훈현과 이창호를 본다. 조훈현에게 패해서 분한 모습, 이창호에게 패한 후 사제간의 승부를 흥미롭게 보는 관객, 그리고 조훈현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모습이 좋았다. 배역의 크기는 작을 수 있지만, 그의 존재감은 <승부>에서 중요하게 느껴졌다.
바둑에 대해 깊이 아는 편이 아니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크나 실제로 공부한 적도 없다. 만약 바둑을 미리 알았더라면, 영화에 더 집중하면서 봤을까? 어쩌면 바둑을 잘 몰랐기에 조금은 두 주인공의 연기에 더 집중한 듯하다. 그들이 두는 수의 의미는 몰랐지만, 두 사람의 연기에서 무게감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바둑을 조금 더 알았다면, 더 깊은 재미를 느꼈을 거 같았다. 하지만 몰라도 영화의 재미는 충분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말 한마디가, 쓰고 있는 이 글이, 훗날 어떤 집을 만들게 될까?
바둑처럼 인생도 한 수, 한 수에 정성과 의미를 담아야 한다면, 지금 이 순간도 허투루 보낼 수는 없다.
다음 수가 악수가 될지도 모르지만, 오늘도 내 자리에서는 최고의 한 수를 놓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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