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슬픈 소재를 가진 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평균 영화 상영 시간이 2시간 내외라면, 가급적 그 시간을 즐겁게 재밌게 보내고 싶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한 가지 핑계를 더하자면, 종종 혼자 영화를 보러 갑니다. 성인 남성이 영화관에서 혼자 훌쩍거리면 보고 싶은 맘이 없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슬픈 영화를 피해왔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말아톤>을 마주쳤습니다.
1. 스토리
겉보기엔 또래 아이들과 다른 것 하나 없이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아들 초원은 자폐증이라는 진달을 받습니다. 엄마 경숙은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좌절합니다. 그러나 엄마는 아들을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엄마는 아들 초원이 달리기를 할 때만큼은 정상인보다 월등한 실력을 가지고 있음을 믿습니다. 조그마한 희망을 가지고 엄마는 아들을 꾸준히 훈련시킵니다. 시간이 흘러 20살이 된 초원입니다 하지만 지능은 여전히 5살 수준에 멈춰져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해온 달리기를 믿고 목표를 '마라톤 서브쓰리 달성'으로 정합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직 유명 마라토너 정욱에게 훈련을 맡깁니다. 하지만 5살 지능을 가진 초원을 훈련시키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점점 정욱은 초원에게 조금씩 동화되어 마음을 열고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합니다. <말아톤>은 마라톤 서브쓰리를 목표로 마라톤 대회에 도전하게 된 자폐아 초원과 엄마 경숙의 도전을 그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2. 연기력
<말아톤>에서 초원역을 맡은 조승우와 초원의 엄마역을 맡은 김미숙의 연기는 일품입니다. 조승우 배우 같은 경우 지금은 믿고 보는 배우이지만 <말아톤>에서의 그의 연기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자폐증을 가진 청년을 연기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자폐증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연기를 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초원의 엄마 역할로 나온 김미숙의 연기도 정말 좋았습니다. 모든 시간과 정신을 첫째 아들에게만 쏟아붓습니다. 다른 가족에게 주지 못하는 시간과 정성을 오직 한 명에게만 보냅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엄마의 마음은 약해집니다. 김미숙 배우는 섬세하게 감정 변화를 연기합니다. 또한 <말아톤>이 더욱더 재밌었던 건 조연들의 연기였습니다. 첫째 아들에게 가려진 둘째 아들의 심리 상태, 자폐증을 가진 아들에게 점점 지쳐가는 아버지 등. <말아톤>은 단순하게 엄마와 아들의 관계에만 집중한 것이 아닌 가족 전체의 힘든 상황을 보여줍니다. <말아톤>에서는 자폐증을 가진 가족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는지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3. 개인 리뷰
<말아톤>을 보는 내내 약간의 반성과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이런 감정을 느낀 이유는 자폐아를 가진 초원이가 포기하지 않고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점입니다. 여러 핑계를 대며 한 가지를 오래 하지 못한 저를 보면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겠다면 산 아이패드는 OTT용으로 사용 중이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다는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은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말아톤>을 보면서 의도치 않게 주인공과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제가 처한 상황을 반성하고 있었고 한 가지를 끝까지 즐긴 초원이에게 묘한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말아톤>을 보는 내내 개인적인 바랬던 장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초원이가 제대로 말하는 대사 한 줄이였습니다. 예를 들면,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뛰기 전, 성인처럼 말하는 대사가 있었으면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자폐아지만 엄마의 시선에서의 초원이는 어느 성인과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말아톤>을 보면서 혼자 간절하게 대사 한 줄을 기다렸습니다. 아쉽게도 제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마라톤 완주 후에 씩 웃는 초원이의 장면에서 대리 만족했습니다.
<말아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자폐아, 자폐증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비하면 <말아톤>은 조금 더 현실적이라 느껴졌습니다. 특히 가족들의 힘든 상황을 보여준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간접적으로나마 자폐아 가족의 힘듦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의 한 면을 보여준 <말아톤>은 시간이 흘러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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